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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3년간 고교 ‘경제 동아리’ 꾸려온 박세현 교사… “펴낸 잡지만 10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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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EE 작성일24-01-22 11:42 조회1,0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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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된 개인 부문 부총리 경제교육대상
수상한 충남삼성고 박세현 교사 인터뷰
2001년부터 ‘경제탐험대’로 학생 지도
“살아가며 합리적 선택하는 법 가르쳐야”

한해 우리나라 경제 교육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들에게 주는 ‘대한민국 경제교육대상’이 있다. 지난해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는 개인 부문 상이 신설됐는데, 충남삼성고등학교 박세현 교사가 주인공이 됐다. 그의 경제 교육 경력은 작년 한 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무려 23년간의 공로다.

교직 생활 31년 차인 박 교사는 고등학교 ‘경제’ 과목 선생님이다. 그는 교과 외 활동으로 2001년 ‘경제 탐험대’라는 동아리를 처음 만들었다. 놀랍게도 이 동아리는 그가 옮겨 다닌 세 개의 학교를 따라 아직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종업식을 마치고 겨울 방학에 들어간 지난달 27일,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있는 충남삼성고에서 박 교사를 만나 그 역사를 들어봤다. 


처음 동아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그가 다시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하면서다. 첫 부임지에서 고3 담임을 내리 맡았던 박 교사는 너무 바삐 초임 교사 시절을 보내다 보니 공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교사로 재직 중 대학원에 입학해 경제학을 공부했다”며 “공부하면서 ‘경제가 너무 어렵다’ 싶었다.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경제를 가르칠 수는 없을까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계기로 박 교사는 동아리를 꾸렸다. 2001년 당시 학생들을 모아두고 처음 했던 활동이 모의 주식투자였다고 한다. 박 교사는 “지금이야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가 활성화하고 주식 투자도 대중화했지만, 그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며 “종목별 주가도 인터넷이 아닌 신문 지면을 빼곡히 채운 주식 시세표를 통해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던 시절이다. 학생들이 테마를 정해 몇 가지 종목을 묶어 모의 투자를 한 뒤 한 학기가 지나고서 누구의 수익률이 가장 높고 낮은지, 성공·실패 요인은 무엇이었는지 분석해 보고서로 남겼다”고 했다. 


ET(Economic Thinking)’란 이름의 잡지도 발간했다. 학생들이 경제 기사들을 참고해 월별로 가장 주요한 경제 이슈를 자신들의 언어로 정리해 묶은 것이다. 비록 정식 출간물이 아니라 교내에 배포되는 책자였지만, 월별로 꾸준히 인쇄해 온 것이 벌써 105호가 넘었다. 2004년 당시 동유럽 국가인 헝가리·폴란드·슬로바키아 등이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는 소식이 빛바랜 1호 잡지에 실려 있었다.

학생들이 나름대로 저축·보험·펀드 상품을 만들어, 상품설명서를 발표하게 하는 활동도 박 교사의 아이디어다. 박 교사는 “남자 고교생의 경우 특히 군인 저축 상품을 많이 선보이는 공통점이 있다”며 “어떤 학생은 터무니없이 높은 수익률을 보장했다가, 이것이 금융사 경영 측면에서 살펴보면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고 했다. ‘이렇게라도 금융 상품을 접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렇게 박 교사의 가르침을 받아 동아리를 거친 제자들만 220여명이다. 지난해 말 추경호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그의 23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의 이런 공을 인정해 개인상을 수여했다. 


그는 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청소년 경제 교육 현주소에 대한 답답함도 적잖이 느낀다고 했다. 박 교사는 “문제 풀이 위주의 경제 교육은 실생활에 큰 도움을 줄 수가 없다. 용어의 개념을 아는 정도에 불과한 내용들이다”라며 “‘돈을 많이 버는 법’ 그것이 경제의 전부인 것처럼 학생들이 생각하는 세태가 안타깝다”고 했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이어 최근 유사하게 불거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주변에서 흔히 당하는 보이스피싱 사기도 이런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발생하는 일들이라며 더욱 안타깝다고 박 교사는 말했다. 박 교사는 “학생들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될 대부분의 일이 경제와 관련돼 있을 것인데, 어떤 기준으로 합리적인 대처와 선택을 할지 가르쳐야 한다”며 “학교에서 그런 건 정작 후순위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 학점제’에 조금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고교 학점제는 마치 대학생처럼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일정 학점을 취득하면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경제교육학회(KEEA)도 이를 통해 ‘인간과 경제생활’, ‘금융과 경제 활동’ 등과 같은 실용적인 경제 과목을 만들어 교육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박 교사는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나 교육부 등 당국의 ‘붐업’(부흥)이 뒷받침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했다. 


박 교사는 가장 뿌듯한 때를 꼽아달란 질문에 “학생들의 인식 변화를 발견할 때”라고 대답했다. 신용카드의 기능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던 학생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나름대로 모의 신상품을 만들어보면서, ‘여신’(與信)과 같은 경제적 개념에 대해 점차 확립해 가는 모습들을 보는 것이 기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가 아직도 상을 받는 게 씁쓸하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그가 이런 경제 교육 활동을 하면서 처음 상을 받게 된 것이 10년도 더 된 일인데, 이런 일을 하는 젊은 교사들이 많지 않아서 본인이 또 상을 받은 것 같단 이유에서다.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들이는 가욋일이 아니라, 꼭 필요한 활동이라는 생각으로 선뜻 경제 교육에 나서는 젊은 선생님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선생님 개인 의지에 달린 게 아니라, 학교나 정부가 그런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하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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