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경제 공부법[오후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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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
- 입력 2024-08-16 11:45
문희수 논설위원
서울대의 마르크스 경제학 폐강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실패로 판명 난 경제이론이다. MZ세대 학생들이 취업에 필요한 미시·거시 경제학을 공부하기도 바쁜 마당에 굳이 이를 배울 이유가 없다. 실제 폐강 이유도 수강생 격감 때문이다.
카를 마르크스가 1867년 출간한 ‘자본론’에서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는 자본주의는 과잉생산으로 인한 공황을 불러 필연적으로 붕괴한다고 주장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예측과는 달리 자본주의는 번창했고, 붕괴한 것은 첫 사회주의 국가였던 소련이었다. 지금은 중국조차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시대다. 낡은 이념만 남은 사회주의 경제학이 외면받는 건 당연한 결말이다.
MZ세대가 한국 경제를 맨땅에서 일으켜 기적 같은 성공을 일군 1세대 창업 기업인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와 대비된다. 정주영·이병철·구인회·박태준 같은 거목들을 동영상 등으로 접하며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기업가 정신에 감동하고 공감한다. 영상마다 ‘최선을 다해서 죽기 살기로 덤비면 안 될 게 없다’ ‘말도 안 되는 위기를 극복하는 걸 보면서 별것 아닌데도 좌절하는 나와 비교하니 소름이 돋았다’는 등의 댓글이 죽 달려 있다.
가난을 겪었던 부모 세대와는 달리, 이젠 선진국이 된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라 취업난과 싸우는 세대이기에 더욱 놀랍고 반갑다. 사실 경제 거인들의 깜짝 성공은 기발한 착상이나 순발력 수준을 넘어 하나같이 피눈물 나는 노력과 도전, 개혁의 산물이었다. 미국·일본 등이 성공한 자국의 기업인들을 교과서에 실어 비중 있게 가르치는 것은 그만 한 이유가 있다.
시대적 수요 변화를 못 따라가는 우리 경제교육을 돌아보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금융감독원 조사를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20대의 경제·금융 이해력이 10대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경제가 중학교 2학년을 지나면 선택과목이 돼 버린 결과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 현직 초중고 교사의 97%가 경제교육 강화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60%는 스스로 경제 지식 수준이 낮다고 응답했다. 교사들조차 잘못된 교육의 피해자임을 증언하고 있다. 단지 증권·부동산 투자 차원을 넘는 경제교육의 필수화가 절실하다. 시대에 뒤진 공(公)교육을 확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