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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뉴스] 박재완 회장 인터뷰 - 2025.1.5.

KCEE 기자 작성일2025-01-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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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 붙드는 힘, 가족까지 챙기는 지원정책에 있다" [2025 코리아 밸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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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부와 인재를 잡아라
박재완 기재부 산하 중장기전략위원장에 듣는다
AI·반도체 분야 고급인재 유출 심각
국내 첨단산업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
체계적인 경력 개발 기회주는 해외로 떠나
가족과 살고 싶은 환경·파격적 보상도 한몫
정부 인재정책, 의지만 보면 90점
비자발급 편의 이상의 혜택 두루 갖춰야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이민정책 확립 필요
고령·여성 과학기술인 활동 지원책 마련을
고등교육이 달라져야 내국인 인재 큰다
주입식 아닌 탐구·창의 수업 대폭 늘려야
대학의 자율권과 산학연 네트워크가 핵심
산업수요와 대학공급의 간극 줄어들 것
박재완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파이낸셜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국내 인재유출을 막고 해외 인재를 유입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박재완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파이낸셜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국내 인재유출을 막고 해외 인재를 유입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인재가 곧 국부를 좌우한다. 그러나 해외 인재는 언어장벽과 정착지원 부족으로 한국을 찾지 않고, 국내 인재도 더 나은 근무환경과 높은 보수를 찾아 미국 등으로 떠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같은 첨단 산업분야에서 인재 유출이 계속되면 국가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정부가 글로벌 인재 비자, 세제 혜택 등을 내놓았지만 가족이 살기 좋은 생활환경, 배우자 취업 지원 등 폭넓은 제도개선도 시급하다. 대학 자율성 확대, 산학연 협력, 과학연금 지급 등은 우수 인재를 붙잡을 핵심 방안이다. 


이에 해법을 찾기 위해 최근 박재완 제6기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장에게 대한민국 인재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박 위원장은 동시에 성균관대 이사장직을 수행하면서 인재 문제 해결을 위한 지식인으로 꼽히고 있다. ―왜 한국은 해외 인재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또 국내 인재들은 해외로 떠나는가.  ▲해외 인재가 한국에 오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언어장벽이다. 한국은 영어권 국가가 아니라 외국인이 일상생활부터 직장 내 소통까지 어려움을 겪는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인재라도 의사소통이 어렵다면 정착하기 힘들다. 둘째, 정착환경 문제다. 해외 인재는 단순히 일자리만 보고 오는 것이 아니다. 자기 가족의 주거환경, 자녀 학교 문제, 비자발급 편의, 배우자 일자리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은 이러한 부분에서 충분한 혜택과 지원을 제공하는데 한국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보상 수준(연봉)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더 매력적인 해외 국가를 선호하게 된다. 국내 인재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는 높은 보상과 인센티브, 체계적인 커리어 개발 기회가 주어진다. 예를 들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AI 분야 석·박사급 인재에게 매우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연구 자율성이나 커리어 성장 측면에서 훨씬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실제 미국 빅테크 AI연구원 초봉은 오픈AI가 86만5000달러(약 12억5381만원)다. 반면 한국 AI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는 2억4000만원 정도다. 능력 있는 이공계 인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한국 AI 석사 인력 40%가 해외로 빠져나간다. 왜 해외 기업들이 한국 인재를 선호하고, 한국은 인력 유출이 심각한가.

▲전 세계적으로 AI와 반도체 같은 첨단 기술분야는 인재 부족 현상이 심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나라와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한국 인재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기술습득 능력이 좋으며 근면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해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한국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고급 인재가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국제기관(IMD)의 두뇌유출 관련 지수에서 한국의 순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인재 유출이 실제로 심각하다는 증거다. 특히 미국 이민비자(EB-1·2) 통계를 보면 인구 대비 한국인 발급건수가 중국이나 일본, 인도보다 월등히 많다. 이는 해외로 떠나는 인재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결국 이러한 인재 유출은 국내 첨단산업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인재 유출은 우리 경제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인재가 빠져나가면 국가 기술혁신 속도가 느려지고 기업 경쟁력이 약해진다. 이미 한국은 출산율 저하로 일할 사람(생산연령인구)이 점점 줄고 있다. 핵심 인재마저 줄어들면 새로운 산업을 이끌 원동력이 크게 약해진다. 이는 곧 경제성장 둔화, 신산업 발굴 어려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장기적으로는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하락, 경제 전반의 활력 저하, 혁신 부족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정부 인재정책에 점수를 준다면.

▲의지는 90점을 줘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우리나라는 어떤 문제를 대할 때 거대담론이 무성한데 각론은 아주 빈약하다. 인재도 마찬가지다. 인재 문제를 어떻게 일머리를 갖고 풀어갈지는 더 치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글로벌 인재 비자, 세제 혜택 등을 내놓고 있다. 이민제도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첨단기술 시대의 승패는 '우수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글로벌 인재가 한국에 오려면 단순히 비자를 받기 쉬운 정도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살기 좋은 환경, 자녀 교육 혜택, 배우자 취업 지원, 주거안정, 그리고 세금 혜택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정부는 'K-Tech Pass' 신설,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 외국인 기술자·근로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 등을 준비하며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다. 또 이민정책을 장기적으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운영하고, 이민 관련 행정절차를 간소화한다면 해외 인재들이 한국을 '장기적인 커리어 무대'로 선택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부족한 인재를 충족하기 위해 고령 및 여성 과학기술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고령 과학기술인은 오랜 연구 경험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이들이 정년 이후에도 연구나 기술자문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면 축적된 지식이 사장되지 않고 후배들을 키우는 데 활용된다. 예를 들어 시니어 연구자와 신진 연구자의 공동연구 프로젝트, 정년 후 재고용, 종신교수 임용 제도 등이 있다. 여성 과학기술인의 경우 육아나 가사 부담 때문에 커리어를 중단하는 일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재량근로제 등 유연한 근무환경을 확대하고 출산·육아 기간 대체 연구인력 지원제도를 마련하면 여성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인재풀을 확보하고, 국가 과학기술 역량을 고르게 강화할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폐기된 '인재 양성 3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인재 양성에 관한 법규나 제도는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어 총괄적인 조정이 어려웠다. '인재 양성 3법(국가인재양성기본법안, 직업교육법안, 인재데이터관리법·가칭)'은 부처별로 흩어진 인재정책을 한데 모아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인재 육성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들이다. 이를 통해 국가 차원의 인재 양성 기본계획을 세우고,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해 산업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재 공급 체계를 갖출 수 있다.

―내국인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교육시스템 혁신방안은.

▲인구 감소로 미래에 일할 인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남아 있는 인재들의 역량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인재 양성 토대를 공고히해야 한다. AI 기반 맞춤형 교육을 도입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학습환경을 제공하고, 주입식 교육이 아닌 탐구·창의형 수업을 확대해야 한다. 코딩·AI 교육 확대, 지능형 실험실 지원 등을 해야 한다. 특히 고등교육을 바꿔야 한다. 첨단산업 분야에 특화된 대학을 활성화하고, 규제를 풀어 대학들이 산업 현장의 요구에 맞춰 교육 과정을 편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왜 대학 자율과 산학연(대학·산업계·연구기관) 네트워크를 강조하나.

▲지금까지 대학은 등록금 규제 등으로 충분히 재투자를 못하고, 산업계와 연구기관과도 탄탄한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 결과 높은 고등교육 이수율 대비 실제 대학 교육 경쟁력은 낮고, 산업 수요와 대학 공급이 불일치하는 문제가 컸다. 대학에 자율권을 주면 첨단산업 분야에 필요한 학과 신설이나 교육 과정 변경이 쉬워지고, 등록금 규제완화로 투자 여력도 늘어난다. 또한 산학연 네트워크를 강화해 기업과 연구소가 대학에 실질적인 수요를 전달하고, 학생들은 현장 연계 교육과 인턴십 등을 통해 산업 현장의 요구를 미리 체득할 수 있다. 연구자와 기업인의 상호 교류, 공동연구 인프라 구축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대학에 묶음예산(블록펀딩) 형태로 연구비를 주는 것과 이공계 연구자에게 과학연금을 지급하는 아이디어가 중장기전략위원회에서 논의됐는데.

▲지금까지는 개별 연구과제를 따내기 위해 연구자들이 많은 행정력을 낭비하고, 단기성과 위주의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묶음예산을 주면 대학이 스스로 연구전략을 세우고, 장기적이고 도전적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기초과학부터 첨단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연구가 가능하다. 이공계 연구자에게 과학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우수한 인재를 계속 국내에 남게 하는 일종의 장려책이다. 세계적인 학술상 수상자나 탁월한 성과를 낸 과학기술인에게 평생 안정적인 지원을 하면 연구의욕도 높아지고 해외로 나가려는 유혹도 줄어든다.

―인재 유출과 마찬가지로 투자 역시 국내 대신 미국 같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미국 등에 비해 낮고, 주주 가치를 중시하는 정책(배당 확대, 투명한 지배구조)이 충분하지 않다. 투자자들은 미래 성장성이 밝고 주주를 잘 대우하는 기업을 찾는데, 현재 한국 시장은 그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반면 미국에는 혁신적인 기업이 쏟아져 나오며, 성장 가능성이 크고 주주환원이 활발하다. 투자자들이 국내주식 대신 해외주식을 사며 이른바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투자자)' 현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빠져나간 자본을 국내로 되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투자자가 매력을 느끼는 시장을 만들려면 기업환경과 자본시장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우선 기업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마음껏 실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신산업 육성에 힘쓰면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개선된다. 또 회계 투명성 강화,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확대 등을 통해 자본시장이 공정하고 안정적이라는 신뢰를 투자자에게 심어줘야 한다. 이렇게 하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늘어나 해외로 나갔던 자본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커진다. 정리하자면 한국은 지금 첨단분야 인재 부족, 해외 유출 심화, 기업과 자본시장의 한계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글로벌 경쟁력에 맞는 제도와 정책, 즉 비자·정주 환경 개선, 인재 양성 시스템 혁신, 대학 자율성 확대, 산학연 협력 강화, 자본시장 선진화 등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가 이뤄진다면 한국은 더 많은 인재를 품고 새로운 혁신산업을 주도하는 미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 박재완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장 약력 △1955년생 △경남 창원 △부산고 △서울대 경제학과 △하버드대 정책학 석·박사 △성균관대 교수 △17대 국회의원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 △고용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성균관대 이사장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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